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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처럼 상세하고 친절한 두 남자의 내 책쓰기 대작전!
매일 서점에는 수백 권의 새로운 책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출판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다지만, 출간되는 책의 수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기는 산업혁명기의 1년 동안 벌어지는 변화보다 21세기의 오늘 하루의 변화가 훨씬 더 크니 그만큼 세상의 이야기는 많아질 터, 쏟아지는 책 종류가 점점 많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 일어나는 출판계의 한 가지 특징은 전에는 알려지지 않은 ‘뉴 페이스new-face'의 저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출판기술의 발달로 책 한 권을 내는데 필요한 시간적 경제적 비용이 줄어든 이유도 있을테지만, 책을 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들 뉴 페이스들의 공통점은 이른 바 ’전문가들‘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라 해서 특별하게 학위를 땄거나,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능력면에서는 오히려 그들을 능가할 수 있는 진짜 전문가들,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기술이나, 직업에 능한 이런 사람들의 책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지식정보화 시대의 도래는 출판시장의 판도도 바꾸고 있다.
오병곤과 홍승완의 <내 인생의 첫 책쓰기>는 이런 ‘전문화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뉴 페이스’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최근 일본에서 한 분야에서 10년 넘게 일한 직장인들이 책을 출간하는 ‘직장인의 책쓰기 열풍’과 글을 쓰는 이른바 샐러라이터salawriter(전문직에 종사하면서 그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대중적인 자기계발서를 쓰는 사람들)들이 국내에도 나타나는 경향을 목격하고,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대중적인 책쓰기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만들어진 책이다. 저자들 역시 샐러라이터들이고, 그들이 말하는 책쓰기 방법론에 의해 쓰여진 책이 바로 이 책이라는 점이 영화로 본다면 ‘메이킹 필름’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줘서 신선하다. 저자들은 전문가 1.0 시대가 학위나 자격증에 의해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면, 전문가 2.0 시대에는 책쓰기에 의해 판별된다며, 오늘날 전문가가 되려면 자신의 책을 써야 한다고 이 책에서 강조했다.
책을 펼치면서 저자들의 이력이 주목되었다. 저자들은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들이다. 이곳 연구원들의 주목적은 구본형씨의 변화경영을 배우기 위해 참여한 사람들인데, 이들은 1년 동안 특별한 엄격한 글쓰기 과정을 이수한다. 나는 구본형씨를 경영의 멘토로 삼고 있는 있어서 꾸준히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있고, 연구원제도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는데, 연구원들의 글쓰기 과정은 지정된 도서를 일정기간 동안 읽고 일종의 서평을써야 하고 서로 피드백을 통해 ‘변화경영 작가’로서 수련을 하는 제도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책의 저자들은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으로서 꾸준한 수련을 통해 전문가 수준의 습작내공을 쌓은 베테랑들인 셈이다. 그래서 일까? 빈틈없이 짜여진 구성과 알찬 내용, 그리고 글맛나는 필력은 일반인들이 썼다고 볼 수 없었다(저자들은 이미 공저한 몇 권의 책도 있다).
기존에 나와 있는 ‘책쓰기’ 책들이 소위 ‘책쓰기 도사’, 즉 이미 전문가의 위치에 선 사람들이 후학(?)들을 위해 책을 위한 글쓰기의 요령을 안내한 책이라면, 이 책은 부제를 ‘나의 책쓰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라고 붙여도 좋을 만큼 ‘자신을 완전하게 노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책을 읽으며 실제로 체험하는 느낌을 들게 했다. 부록에 실린 [출간일기]는 두 공저자들이 이 책을 쓰면서 느꼈던 소감들을 일기형식으로 꾸미기도 했다. 샐러리맨인 저자들이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 이제껏 배우고 공부한 내용들을 실습하고, 그 결과를 책으로 낸 셈인데, 그 주제가 [책쓰기]라니 한편 아이러니 하면서도 독특한 기획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책을 왜 써야 하는가?’하는 화두에 이제껏 전문가로 거듭난 사람들의 케이스와 스스로 경험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답을 제시했다. [제 2장 원칙 세우기], ‘책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서는 책을 쓰기 위해 공부해야 할 내용들과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갖게 되는 부담감을 떨어내는 방법들을 소개했다. 이 부분은 블로그나 홈피에 서평을 쓰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두고 읽어야 할 대목이다. 실제로 공저자들이 ‘구본형변화경영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체험하고 공부한 내용들이 상세히 기록되고 있는데(현재도 기수별로 연구원들이 수련을 하고 있는데,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의 홈페이지( http://www.bhgoo.com/zbxe/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종의 글쓰기 아카데미 수업을 받는 느낌을 준다.
그들이 만드는 독서노트는 블로거들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대락 살펴보면, 독서노트가 단순히 책을 읽고 느낌을 적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읽는 책은 나의 책을 위한 재료’라는 생각으로 독서하고 있다. 그래서 우선 꼼꼼히 정독한 후 독서노트를 쓸 때에는 저자에 대해 연구하고, 감명을 주는 글귀들을 모두 적는다. 그런 후 전체적인 책의 내용과 느낌이 서술되는데, 마지막 [내가 만약 이 책의 저자였다면]하는 란을 두어 책 속에서 발견되는 아쉬운 점이나 논지등 자신의 의견을 적극 적어두는 형식이다(연구원들의 독서노트를 읽으면 말 그대로 ‘한 권’을 모두 읽는 느낌을 얻는다).
후반부에는 책쓰기를 위해 수립해야 할 기획등 전략과, 집필하는 동안 참고해야 할 사항들, 그리고 출판을 위해 필요한 내용들을 저자들이 직접 해당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거나 취재한 내용들이 수록되었다. 생생한 다큐멘터리를 본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언젠가는 한 권쯤...하고 ‘작은 소원’쯤으로 늘 생각하고 있던 터라 이 책을 만났을 때는 반가웠고, 책을 모두 읽은 후에는 ‘책 한 권 내고 싶다’는 조금은 과감해진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의 원고를 출판사에 출간의뢰를 하면서 제작한 ‘출간계획서’의 내용중 이 책의 콘셉트(다른 책쓰기 책과의 차별화 포인트)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첫 책’과 ‘직장인’에 초점을 맞춘다
-책을 ‘어떻게’쓰는지, 그리고 ‘왜’써야 하는지를 강조한다.
-정보 외에도 감동과 통찰을 준다.
-책을 만드는 현장의 목소리(첫 책의 저자들과 편집자 인터뷰)를 담는다.
-독자들이 ‘나도 이이런 책을 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디자인과 편집이 좋은 책을 만든다.
공저자들이 추구하고자 했던 콘셉트대로 만들어졌다고 보면 되겠다. 이 책을 통해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수고가 필요한 지도 알게 되었고, 내가 그동안 읽은 책들에서 발견했던 딱히 아쉬운 점을 꼽을 수 없을 만큼 내용과 편집이 잘 어우러져 있다. 그들의 기획과 노력 그리고 알찬 내용에 ‘잘 만든 첫 책’이라고 박수를 주고 싶다.
언젠가 읽는 어느 멋진 책의 추천사에 이런 말이 있었다. “내가 가진 이 책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불태우고 싶다. 불가능하기에 이 책에 커버를 씌울 것이다. 남에게 알리기에는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추천사를 쓴 이를 두고 욕심이 하늘에 닿는 사람이라고, 능력은 없이 책만 탐하는 탐서貪書주의자라고 말할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멋진 책을 만날 때면 어김없이 나도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을 고백해야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잠깐이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가 쓴 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웬만한 블로거들이나 이른바 서평쟁이들은 모두 갖고 있을게다)이라면 이 책을 통해 간접체험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서 ’내 책 한 권‘을 꼭 가지라고 응원하고 싶다. 물론 내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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