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포트폴리오 분석의 실효성을 놓이는 방법
기존의 사업포트폴리오 분석은 시장과 내부역량을 정의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많은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는 시장의 구조적 가치 창출력과 내부 경쟁력의 원천에 대한 면밀한 성찰을 통해 보완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여러 사업의 가치평가와 자원배분을 결정하기 위해 매년 사업 포트폴리오 분석을 실시한다. 사업포트폴리오에 대한 의사결정은 개별 사업에 대한 전략적 의사결정은 물론, 해당 조직의 내부 구성원들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신중한 분석을 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BCG 매트릭스나 GE/맥킨지 매트릭스와 같이 이를 지원하기 위한 체계적인 도구도 이미 많이 개발되어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체계적인 분석과정과 많은 노력을 기울인 사업포트폴리오 분석 결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신봉하지도 않고, 그 결과 또한 실제 잘 맞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왜 그럴까? 사업 포트폴리오 분석의 일반적인 과정과 주요 이슈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1.사업 포트폴리오 분석의 바이블
사업 포트폴리오 분석에는 ‘바이블’로 취급되는 방법론이 있다. 이른바 BCG매트릭스(Boston Consulting Group Matrix), GE/맥킨지 매트릭스(GE Business Screen, McKinsey Matrix), ADL 매트릭스(Arthur D. Little Matrix)이다. 이를 간단히 살펴 보도록 하자.
● BCG 매트릭스
사업 포트폴리오 분석에 있어 가장 흔히 접하는 것은 BCG 매트릭스이다. BCG 매트릭스 분석의 핵심은 시장 성장률과 상대적 시장점유율을 척도로 사업을 평가한 후 내부 자원의 배치를 결정하는 것으로 이른바 ‘잘 크거나 시장 지배력이 높은 사업이 있다면 여기에 보다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것이다.
● GE/맥킨지 매트릭스
다음으로 많이 활용되는 평가 기법은 지나치게 단순화되었던 BCG매트릭스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제안된 것으로 GE/맥킨지 매트릭스이다. GE/맥킨지 매트릭스는 시장에 대한 평가를 단순히 성장률로 하기 보다는 시장의 크기, 시장의 수익성, 진입 장벽, 기술 개발 등과 같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 상대적 시장 점유율만을 고려했던 BCG 매트릭스와는 달리 시장 점유율의 성장, 상대적 브랜드 파워, 내부적 혁신 능력, 품질과 같이 기업 역량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함으로써 지나치게 단순화된 측면이 있는 BCG 매트릭스의 한계를 일부 극복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시장이나 자사에 대해 좀 더 넓게 본 후 개별 사업을 평가하자’라는 게 GE/맥킨지 매트릭스의 핵심적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 ADL 매트릭스
사업 포트폴리오 분석에 있어 빠뜨릴 수 없는 또 하나의 평가 기법이 있는데 이는 산업수명주기에 기반한 ADL 매트릭스를 들 수 있다. ADL 매트릭스는 시장 자체에 대한 평가를 Zoom Out해서 산업의 수명이라는 관점에서 평가하고 자사에 대한 평가는 시장에 대한 지배력, 추구할 수 있는 전략의 패턴 등을 감안해 지배적 사업자인지, 아니면 취약한 사업자인지를 구분한다. GE/맥킨지 매트릭스가 다양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는 숫자나 등급을 통해 해당 사업의 포지션을 평가함으로써 직관적인 평가가 어려움에 비해 ADL 매트릭스는 개별 사업의 포지션을 ‘도입기 사업인데 잘하는 사업’, ‘잘하는 사업인데 쇠퇴기 사업’과 같이 평가함으로써 보다 직관적인 평가에 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많은 기업들은 이상의 정교화된 분석을 통해 사업포트폴리오 분석을 수행하지만 그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해당 사업에 오랜 경험을 지닌 사업가들이 체계적 분석 없이 직관적으로 분류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보다 현실적이고 뚜렷한 논리를 지닌 경우가 많다. 왜 이런 일들이 자주 발생할까? 그 원인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2. 포트폴리오 분석의 4대 핵심 이슈
사업 포트폴리오 분석에 흔히 쓰이는 3가지 기법들은 평가 방법에 있어 차이를 보이지만 추구하는 기본 철학과 가정은 동일하다. 이른바 외부시장과 내부 역량간의 적합성(Fitness)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에 따라 전략은 결정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석의 기본전제인 시장의 정의, 그리고 내부 역량의 확보, 나아가 적합성의 추구가 과연 가능한지, 그리고 맞는 것인가라는 문제인식의 ‘프리즘’을 갖다 대는 순간 포트폴리오 분석은 수 십 가지의 문제점을 노출하고 만다.
1) 많은 가치는 시장의 경계나 융합에서 창출된다
일부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시장은 정태적인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산업들이 진화하기도 하고 다른 산업과 융합되기도 한다. 디지털화라는 큰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전자나 통신 산업에서 이런 변화는 뚜렷이 관찰된다. 인터넷 전화가 출현하면서 유선전화와 인터넷의 구분이 점차 모호해 지고 있으며 IPTV가 출현하면서 통신과 방송의 경계도 점차 흐릿해지고 있다. 애플은 음악 컨텐츠와 MP3플레이어를 결합시키면서 이미 대중적 성공을 거둔 바 있으며 하드웨어 분야에서 존재감을 느낄 수 없었던 인터넷 포털 업체 구글은 컨텐츠와 EMS업체를 기반으로 핸드폰이라는 하드웨어 시장으로 빠르게 진입해 오고 있다. 이에 질세라 노키아는 지난 해 10월 지도 업체 나브텍을 81억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이와 같은 현실을 감안해 볼 때, 특정 산업을 구체적인 형태로 정의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편 알려진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을 정의하는 것은 보다 심각한 문제를 내재하고 있다. 이는 많은 가치가 산업의 경계나 산업과 산업이 합쳐지는 영역에서 창출되기 때문에 새로운 가치 창출의 근원을 간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블루오션 전략의 저자인 김위찬 교수의 지적에서 알 수 있듯 기존 산업에서의 경쟁은 이미 알려진 Profit Pool에 대한 치열한 제로섬 게임인 반면, 새로운 산업의 경계나 중첩되는 영역은 많은 수익이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미 알려진 형태로 시장을 정의하고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를 논하는 것 자체가 레드오션적 사고를 촉발시키는 경향이 있다.
2)평가항목을 다양화하는 것으로 시장의 본질을 평가할 수는 없다
다음으로 눈 여겨 볼 부분은 매력적인 시장은 몇 가지 지표로 정의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른바 성숙기 사업의 경우 대부분 매력적이지 않은 시장으로 분류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성숙화된 원인이나 경쟁의 양상에 따라 성장은 정체되어 있지만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도 많으며 산업별로는 성숙화의 속도가 틀려 성숙기 사업이라기 보다는 안정화된 사업이라고 분류되는 것이 보다 적합한 경우도 많다. 이와는 반대로 빠른 성장산업임에도 불구하고 Profit Model을 보호할 수 없어 근본적인 Value 창출력이 낮은 사업도 존재한다. 이런 측면에서 BCG 매트릭스나 ADL 매트릭스는 한계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제안된 GE/맥킨지 매트릭스 방식은 시장을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함으로써 기존의 모순을 극복하고자 노력한다. GE/맥킨지 매트릭스는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다양한 요소를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 대한 평가 요소들이 합쳐지는 순간(대부분의 경우 가중평균을 한다) 어느 것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바뀌고 만다. 결정적 한계를 지닌 시장이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 좋은 시장으로 표현되기 마련이며 전략적 기회의 창이 열려 있는 시장이라 할지라도 다른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 일반적인 시장으로 표현되기 마련이다. 그 결과 다양한 측면을 고려했기 때문에 가장 선진화된 방법일 것이라는 가정과는 달리 통합의 과정에서 시장의 개성이 상실됨으로써 시장에 대한 본질적 접근이 저해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매력적인 시장이란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한 시장이다. 이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해당 산업의 진화방향을 고찰한 후 본질적 차원에서 잠재적 가치 창출력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 보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이런 관점에서 일본에서 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후지모토 교수의 모노즈꾸리적 접근(‘제조’의 일본어로 현장의 경쟁력 근간으로 본질적인 측면에서 Value 창출력이 높은 시장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전략)을 보다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모노즈꾸리 전략에서는 산업 자체의 성장이나 수익률 보다는 해당 산업의 수익모델이 구조적으로 얼마나 탄탄한지에 따라 ‘모듈형 사업’과 ‘조율형 사업’으로 구분하고 이에 따라 시장을 접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는 시장에 대한 평가력을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기 보다는 다양한 변수를 일관하는 본질적인 부분을 찾아 집중적으로 이슈화하는 것으로 시장의 개성을 뚜렷이 보여 줌과 동시에 시장의 본질을 찌름으로써 전략 수립의 방향성을 명쾌히 유도해 주는 효과가 있다.
3) 핵심역량은 단기간에 보강될 수 없다
다음으로 제기되는 이슈는 내부역량에 관한 것이다. 매트릭스식 평가 과정에서 시장은 좋지만 내부역량은 적은 이런 사업들은 전략적 의사결정이 보류되는 ‘물음표’라는 사업군으로 분류된다. 이른바 ‘하기 나름’인 사업인 것이다. 그러나 사업 포트폴리오 분석은 암묵적으로 시장매력은 고정되어 있고 내부역량은 기업의 의지에 따라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매력적인 경우 집중적인 자원 투입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서 숨겨진 논리는 자원을 투입할 경우 핵심역량의 확보가 쉽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핵심역량의 확보는 그리 쉽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핵심역량 개념의 제안자인 하멜과 프라할라드에 따르면 핵심역량은 쉽게 침식당하지 않고, 희귀하며, 모방 불가능한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단기간에 자원 투입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역량(Competency)이지 핵심역량(Core Competency)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시장을 중심으로 역량을 보완하기 보다는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성장의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다양한 성공기업들의 성장패턴을 연구한 주크(Christopher Zook)의 연구-Profit form Core(’01), Beyond the Core(’04)-에서 밝혀 졌듯이 강한 핵심사업에서 핵심역량을 구축한 후 핵심역량을 레버리지하는 방향으로 성장의 궤적을 그리는 것이 단순히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의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성공 확률이 높다. 요컨대 물음표로 정의된 사업의 내부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파워포인트 상에서 그림을 옮기면서 상상하는 자원 투입 보다 훨씬 많은 노력과 시간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4)성과는 내부역량, 그리고 전략과 실행에 따라 결정된다
마지막으로 살펴 볼 부분은 시장에서의 성과는 핵심역량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뛰어난 내부역량은 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지 이것 자체가 높은 성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높은 성과는 전략과 핵심역량, 집요한 실행의 결합체이기 때문이다. 또한 경쟁이 치열한 과점시장에서는 전략 그 자체에 의해서 성과가 결정되는 현상도 간과할 수 없다. 글로벌 삼국지라고도 불리는 반도체나 LCD산업의 경우 개별 기업의 수익은 세대 투자 시점이나 기업들간 연합과 같은 Game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과점적 시장의 경우 특정 플레이어가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 시장이나 시장의 매력 그 자체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시장과 내부역량에 따른 평가결과인 개별 사업의 포지션(예를 들어 Star, Dog)에 따라 개별 사업의 가능성을 암묵적으로 제한해 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요컨대 시장과 내부역량간의 관계에 의해 전략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략은 그 자체로서 높은 자유도를 가질 수 있고 이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3.분석기법에 의존하기 보다는 사업을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
지금까지 포트폴리오 분석의 한계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살펴 보았다. 사업 포트폴리오 분석의 근본 목적은 어떤 사업에 기업의 미래가 있으며 이를 위해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판단하는데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포트폴리오 분석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화려한 포트폴리오 맵을 도출해 낸다. 그러나 근본 목적에 충실한 사업 포트폴리오 분석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이는 포트폴리오 분석을 연례적인 과정으로 여기거나 사업의 본질적인 변화를 외면하고 현재의 사업모델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무의식의 발로일지 모른다. 다양한 평가기법을 동원한 체계적 분석 기법이 없었던 시절에도 포트폴리오 관리는 되어 왔다. 이는 시장에 대한 깊은 통찰, 그리고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존재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혜안을 구축하기 보다는 너무나 손쉽게 몇 가지 평가기법에 의존하려고 하고 있지는 않을까? 혜안이 없다면 비주얼한 맵보다는 분석과정의 논리에 보다 주목해야 할 것이다. <끝>
출처:엘지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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