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과 신약의 유월절과 오순절]
류호준 교수
바로의 폭정 아래 노예계급으로 살았던 히브리인들이 마침내 하나님의 구원계획에 따라 모세의 인도로 출애굽하게 됩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은 출애굽에 동참하겠다고 나선 당시의 애굽에 살던 수많은 종족들(성경은 잡족[族]이라고 번역하고 있다)과 함께 큰 무리를 지어 애굽의 초원지역인 고센 지역을 떠나 홍해를 기적적으로 건너 망망한 광야를 지나 마침내 시내 산자락에 도착하게 됩니다. 길고도 험한 여정을 걷고 또 걸어서 시내 산 지역에 도달한 것입니다.(물론 하나님은 자신이 독수리 날개가 되어 그들을 업어 날랐다고 하셨지만!, 출 19:4)
성경은 히브리인들이 애굽 땅을 떠난 지 삼 개월이 되던 날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출 19:1) 한글개역개정번역은 출애굽한지 “삼 개월이 되던 날”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출애굽한지 “세 번째 달 초하루” 정도로 번역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설명하자면 출애굽을 하던 날이 나중에 유월절로 지키게 된 날이었고, 또한 유월절이 들어있는 달을 이스라엘 역사의 원년 첫 달로 정하게 되었습니다(출 12:2). 출애굽 하던 날을 기념한 유월절이 첫 달 15일경이었으니, 요즘 말로 하자면 1월 15일에 출애굽을 한 셈입니다. 그리고 대략 3월 1일 정도에 시내 산자락에 도착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민족이 시내 산에 도착하여 모세를 통해 하나님의 율법(토라)을 수여 받은 것은 출애굽 후 50일 경이 된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근데 50일이라면 오순절(五旬節, pentecost)이 아닌가요?
어쨌든 출애굽한지 오순절이 되었을 때 이스라엘 자손들은 시내 산에서 율법을 수여받게 된 것입니다. 출애굽을 한 후 시내 산자락에서 율법(십계명)을 수여받았다는 사실 자체는 매우 의미심장한 영적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첫째로, 이스라엘이 애굽의 바로 폭정에서 구출 받게 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도권 아래 이루어진 선물이었다는 점입니다. “오직 은혜”로 구원을 받게 된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구원을 위해 그들이 한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들 뿐 아니라 여러 혼합 민족들도 출애굽에 동참하게 되었으니, 그들 역시 하나님의 은혜로우신 구원에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어쨌든 구원을 계획하시고 구원을 실행하시고 구원을 성취하신 것은 오로지 하나님 자신의 손에 의해서였습니다. 그렇게 구원을 받은 이스라엘이 이제 하나님의 새로운 민족으로 새롭게 탄생하여(다시 태어남, 중생, 거듭남) 길고 긴 광야 여정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둘째로, 이제 광야 여정을 통해 이스라엘은 하나님 백성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일을 위해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 율법을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율법은 이제부터 시작되는 길고 긴 광야 여정을 위한 “생명의 양식”으로, 광야를 걸어가는 순례자 공동체를 위한 “이정표”로서 주어진 것입니다. 율법은 하나님 백성이 되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하나님 백성으로 살아가는 표지가 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배우게 될 영적 가르침은, 신약의 교회는 모형론적으로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과 같습니다. 교회는 신약의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교회가 탄생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유월절 어린양으로 자신을 드려 죽으시고 부활하신 후 오십 일(오순절)째 되던 날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부활절로부터 오십일이 되던 날에 성령이 강림하시고 큰 산고의 고통 속에서 교회가 출생하게 된 것입니다. 교회는 성령의 오심과 함께 시작된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구약의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이스라엘이 유월절 후 오순절에 율법을 시내 산에서 수여받은 것이나, 신약의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교회가 유월절 후 오순절에 성령을 시온 산에서 받게 된 것은 놀라울 만한 하나님의 구원 경륜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집고 넘어갈 가르침이 있습니다. 교회의 출생 역시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도권 아래 시작된 것이란 사실입니다. 그리고 구약교회가 율법을 생명의 양식과 이정표로 삼아 광야를 지나가야 했듯이, 신약 교회는 성령을 광야에서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양식으로, 또한 광야적 삶에서 길을 가리켜주는 이정표로 삼으면서 광야를 지나가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아래는 미시간의 북쪽 어촌마을인 Leland의 풍경입니다]
출처: 류호준 교수의 무지개 성서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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