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교회영성묵상

법정스님의 돈 이야기

공격이 2009. 7. 12. 10:00

 

 

법정스님의 돈 이야기


一期一會.

법정스님이 새 법문집을 내셨군요. 병중에 내신 책으로 알려져 더 와닿습니다.

책 발간이 무섭게 소중한 지인이 선물로 주신 터라 냉큼 읽고 있는 중인데 지난 2월 겨울안거 해제 법회때 하신 말씀입니다. 법문 내용 중 종교를 초월해 뉘우침을 주는 말씀이 있어 핵심 내용을 간추려 소개합니다.

* * * * *

법문 자리에 돈 얘기 들이지 말라

..

오늘이 맺은 것을 푸는 해제일이라 한 가지 곁들이겠습니다. 평소에 제가 마음에 두고 있던 생각인데, 해젯날이고 해서 풀어 버리려고 합니다. 이곳(길상사)에 처음 절이 만들어졌을 때는 잘 아시다시피 여러 가지로 어설프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간의 여러 불자들의 정성과 주지스님을 비롯한 절을 운영하는 소임자들의 노고 덕에 오늘 같은 번듯한 도량이 되었습니다. 지장전과 식당이 세워지고 설법전과 종각, 정낭(화장실)이 정비되었습니다.


이 절을 처음 만들고 창건법회 할 때 저는 가난한 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절이나 교회가 너무 흥청망청 하기 때문에 조촐한 절이 되었으면 싶어 가난한 절을 표방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누가 봐도 가난한 절은 결코 아닙니다. 제가 보건대 넘치기 직전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법문을 하고 나면 그 끝에 으레 불사를 내세워 돈 이야기를 꺼내는데 그때마다 몹시 곤혹스럽습니다. 물론 절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부득이 사람들이 많이 모였을 때 불사의 내용을 알리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방법을 달리해야 합니다. 제가 방법을 제시하겠습니다. 길상사의 경우, 달마다 나오는 소식지가 있습니다. 거기에 얼마든지 불사의 내용을 알릴 수 있습니다. 또 일주문 안에 게시판이 있습니다. 게시판에 실으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신성한 법회를 돈 이야기로 먹칠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은 돈 이야기를 꺼내서 신도에게 부담 주지 말라고 하는데, 다른 한 사람은 그럼에도 돈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하니, 둘이서 미리 짜고 하는 수작 같아서 듣는 쪽에서는 부담과 불쾌감을 동시에 지니게 됩니다. 모처럼 절에 와서 그동안 쌓인 짐을 부리고 가려는데, 도리어 짐을 지고 가는 결과가 된다고 하는 불자도 있습니다.


법회는 이름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법다운 모임이 되어야 합니다. 그날 들은 법문 내용을 차분히 음미하면서 마음에 담아 두어야 합니다. 그런데 법문 끝에 바로 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법회가 법문에 대한 일종의 모독입니다. 이런 일은 이 절뿐만이 아닙니다. 어느 절이나 교회 할 것 없이 상식화되고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중략)


세상이 어려울 때는 절이나 교회에서 어려움을 나누어 가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떵떵거리기나 한다면 절도 교회도 아닙니다. 세상이 나아질 때까지 적어도 이 도량에서만이라도 불사가 중단되어야 합니다. 절의 종에 금이 갔더라도 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종으로서 기능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종소리가 좋고 나쁘고를 따지는 데 있지 않고 종소리에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는가, 담겨 있지 않은가에 있습니다.


* * * * *


우리가 법정스님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담긴 메시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평생 무소유를 주장하고 행하신 분이지만, 세상의 이치나 도리, 나아가 종교적 관점에서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에 내용이 더 와닿습니다.


날 때부터 교회 주변을 맴돌아 목사님 설교를 많이 들었는데 법정스님 말씀처럼 설교 끝에는 어김없이 돈 이야기가 나오는 교회가 많습니다. 어떤 교회는 목사님이 직접 나서서 방금 거둬들인 헌금에 대해 이야기 하거나 십입조를 강조하기도 합니다. 신도의 한 사람으로 제가 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그런 예배당이 많은데, 절도 그런가 봅니다.


스님 말씀대로 떵떵거리기나 한다면, 그래서 신도들 위에 군림하는 모양새라면, 교회나 절이나 이미 그 종교적 존립기반이 무너졌다고 해야겠지요.


p.s: 一期一會는 '지금 이 순간의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라는 뜻입니다.

 

돈 속에, 돈 자체 속에 비도덕이... - 톨스토이

돈 속에, 돈 자체 속에, 그리고 돈을 취득하고 소유한다는 그 속에 무엇인가 비도덕적인 점이 있다. - 톨스토이 -


출처:김익수의 감성편지. 법정스님의 돈 이야기 . 

보낸날짜:  2009년 7월 09일 목요일, 오후 17시 56분 13초 +0900 

보낸이:감성편지<kim@writ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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